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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안84는 늘 유쾌한 이미지의 예능 캐릭터로 알려져 있었지만, <태계일주4>에서 보여준 모습은 이전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번 시즌은 네팔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EBC)를 목표로 하는 고산 트레킹 도전기를 중심으로 구성되었으며, 해발 5,364m라는 극한의 조건 속에서 기안84는 진짜 ‘자신과의 싸움’을 보여준다. 그는 프로그램 초반부터 고산병에 시달리고, 부족한 체력으로 인해 수차례 포기하고 싶은 순간을 맞이한다. 하지만 매번 “끝까지 가보자”는 다짐으로 다시 일어서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단순한 웃음이 아닌 ‘진심 어린 존경’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그는 이번 여행을 통해 “사람은 불완전한 존재이고, 그걸 인정하는 게 더 용감한 것 같다”고 말하며, 유쾌함 속에 깊은 통찰을 담았다.
태계일주는 단순한 여행 예능이 아니다. 제작진은 이번 시즌에 ‘자연을 온전히 마주하는 인간’을 테마로 설정하며, 오로지 기안84 단독 출연에 도전했다. 이는 기존의 리얼리티 예능이 다수 출연자들의 상호작용에 기대는 방식과는 달리, 인물 중심 서사에 집중하는 파격적 시도였다. 기안84는 길고 험한 네팔 트레킹 여정에서 산소 부족, 한랭, 피로, 심지어 현지인들과의 문화적 장벽까지 경험한다. 하지만 그는 현지 셰르파들과의 교감을 통해 ‘진짜 사람’이 무엇인지 배우게 된다. 눈길을 걷고, 텐트에서 얼어붙은 물을 녹여 마시며, 오직 혼자만의 시간을 견디는 과정은 방송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 고요한 고통이 시청자에게 감동으로 번졌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이 모든 도전을 ‘연예인이 아닌 한 사람’으로 마주하는 기안84의 태도다. 그는 카메라 앞에서도 솔직했고, 위기 상황에서도 “못하겠다”는 약한 말도 서슴지 않았다. 그 진솔함이야말로 이 프로그램이 ‘단순한 예능 그 이상’으로 자리 잡은 이유다.
기안84의 에베레스트 도전은 단지 해발 5,000m를 오른 여행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한계를 스스로 시험해보는 성찰의 여정이었고, 그 여정은 수많은 시청자에게 ‘우리도 한번쯤 도전해볼 용기’를 전했다. 지금까지 우리는 기안84를 ‘허당’ ‘자기애 강한 만화가’ ‘예능 속 캐릭터’로 소비해왔지만, <태계일주4>는 그 모든 이미지를 뒤엎고 ‘진짜 사람 기안84’를 보여줬다. 그가 헐떡이며 오르는 모습, 눈물 흘리며 베이스캠프 깃발을 쥐는 순간, 그리고 “내가 나를 이겼다”는 말은 단순한 대사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내면에 울리는 메시지다. 태계일주는 끝났지만, 기안84의 여정은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그 여정은 누군가의 ‘시작’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