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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 말 미얀마 중북부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7.2의 강진은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 미얀마 내 정치·사회 구조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국제 구호단체와 UN이 집계한 사망자는 2,719명, 부상자는 4,500명을 넘었고, 이재민은 1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피해 지역 대부분이 의료와 통신이 단절된 오지 지역이라는 점에서 정확한 피해 규모조차 파악이 어려운 상태다. 군사정부는 지진 발생 이후 72시간이 지나서야 공식 대응에 나섰고, 외국 언론의 접근은 철저히 차단되고 있다. 일부 피해 지역 주민들은 SNS를 통해 긴급구호를 요청하고 있지만, 인터넷이 차단된 지역에서는 구조 요청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인도, 태국, 방글라데시 등 인접국들이 일부 인도적 물자를 제공했지만, 국제적 재난 대응의 일원화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 속에서 고통받는 주민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생존을 위해 스스로를 지키고 있다.
미얀마는 군사 쿠데타 이후 국제 제재와 인권 유린 문제로 인해 외교적으로 고립된 상태다. 이러한 정치적 배경은 재난 상황에서도 그대로 반영된다. 세계 각국은 군부에 인도적 구호 통로 개방을 요구하고 있지만, 미얀마 정부는 “내정 간섭”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유지 중이다. 재난 속에서조차 국민보다 체면을 우선시하는 통치 체제의 모순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유엔은 긴급 대응 체계를 갖췄지만, 실제 물자 투입과 인력 파견은 미얀마 당국의 허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로 인해 수천 명의 생명이 구조의 기회를 놓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행정 실패가 아닌 구조적 문제라 할 수 있다. 더불어 국제 언론은 현재 가자지구, 우크라이나, 대만 해협 등 다양한 글로벌 이슈에 집중하고 있어 미얀마 지진에 대한 보도는 극히 제한적이다. 결국 ‘조용한 재난’으로 묻히는 참사가 되고 있는 셈이다.
지진은 천재지변이지만, 구조는 인재다. 미얀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거대한 재난은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정치적 침묵과 국제적 무관심이 만든 복합 재난이다.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고, 수만 명이 여전히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뉴스 사이클에서는 미얀마의 참상은 밀려나 있고, SNS 상의 해시태그조차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도 뉴스에서 재난 피해자의 숫자만 보지만, 그 숫자 뒤에는 이름과 삶이 있었다. 이 지진은 그 자체로도 재앙이지만, 그에 대응하지 않는 세계는 또 다른 재앙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구조받지 못한 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우리가 그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현실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