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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봄, 경북 의성과 경남 산청을 휩쓴 초대형 산불은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선 국가적 위기였다. 수만 헥타르의 산림이 불탔고, 수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도시 하나가 붕괴되는 듯한 참혹한 현장이 이어졌다. 그러나 재난의 충격만큼이나 인상 깊은 것은, 곧바로 이어진 국민들의 '기부 행렬'이었다. 산불이 언론을 통해 전국에 알려지자마자 전국재해구호협회와 대한적십자사에는 하루 만에 수십억 원의 기부금이 모였다. 유명 연예인, 프로 스포츠팀, IT 대기업 등도 피해 복구를 위해 발 빠르게 나섰으며, SNS에서는 “#산불피해성금” 해시태그와 함께 개인 기부 인증 릴레이가 자연스럽게 확산됐다. 이는 단지 돈을 보내는 행위가 아니라, 고통에 공감하고, 함께 복구하겠다는 ‘시민 연대’의 표현이었다.
성금 기부는 단순히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과거 세월호, 강릉 산불, 포항 지진 등 굵직한 재난 이후에도 대한민국은 언제나 빠르게 움직였다. 특히 이번에는 과거보다 훨씬 체계적으로 조직된 기부 캠페인이 돋보였다. 포털사이트와 모바일 은행 앱에서는 ‘원클릭 기부’ 시스템이 작동했고, 기부금의 사용 내역과 투명성도 실시간으로 공개되기 시작했다. 또한, 이번 산불을 계기로 기부 방식의 다양화도 이루어졌다. 단순한 현금 기부 외에도 구호물품 배송, 의약품 지원, 숙소 제공 플랫폼 참여 등 ‘참여형 기부’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청년층은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만큼, 소액 기부와 봉사 정보 공유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과거와는 다른 형태의 기부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재난은 언제나 고통을 남긴다. 하지만 동시에, 그 고통 속에서도 우리는 다시 ‘함께’라는 단어를 발견하게 된다.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한 성금 기부는 바로 그 ‘함께’의 상징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현장에 있고, 누군가는 자신의 자리에서 작지만 강한 연대를 보여주고 있다. 기부는 금액의 크기로 판단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하려는 마음’이다. 우리가 이러한 순간마다 서로를 향해 손을 내밀 수 있다면, 이 사회는 분명 재난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지금, 우리는 그 힘을 다시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