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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는 안전하다’는 명제가 흔들리고 있다. 2025년 3월 말 중국 상하이 인근 고속도로에서 샤오미 전기차 한 대가 앞차와 충돌한 뒤,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였다. 차량에는 총 3명이 탑승하고 있었고, 모두 사망했다. 사고 후 불과 10초 만에 차량이 전소되었다는 목격자의 증언은 충격을 더한다. 샤오미는 그간 전자제품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며 큰 주목을 받아왔다. 특히 자율주행 보조 시스템과 배터리 기술은 “차세대 모빌리티의 혁신”으로 홍보돼 왔지만, 이번 사고는 이러한 마케팅에 커다란 흠집을 남겼다.
전기차 화재는 내연기관차보다 발생 빈도가 낮다고 알려져 있으나, 한 번 발생하면 소화가 어려운 배터리 연소 특성 때문에 인명 피해가 더 클 수 있다. 특히 샤오미 차량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채택했음에도, 이번처럼 급격한 화재가 발생한 것은 드문 사례로 평가된다. 중국 당국은 샤오미에 차량 결함 여부와 소프트웨어 관련 로그 제공을 요구했으며, 샤오미 측은 “사용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며 조사에 협조 중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신뢰는 이미 금이 간 상태다. 일부 SNS에서는 “값싼 기술로 생명을 위협하는 차”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으며, 전기차 시대의 안전 기준을 다시 정립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우리는 기술의 속도에 익숙해졌지만, 그 기술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는 종종 묻지 않는다. 샤오미 전기차 화재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다. 안전의 기반 없이 빠르게 확장된 전기차 산업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 사건이다. 차량 자체의 결함 여부를 떠나, 과연 ‘더 빠르고, 더 똑똑한’ 기술이 ‘더 안전한’ 결과를 가져오고 있는지는 근본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한다. 이번 사고가 전기차 시장 전체에 던진 질문은 무겁다.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기술이 인간을 위하지 않는다면, 그 기술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