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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 대한민국 헌정사에 한 획을 긋는 결정이 내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심판을 앞두고 직무가 정지된 상태에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권한대행 자격으로 상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다. 통상적으로 대통령만이 행사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거부권이 총리 대행 체제에서 발동된 것은 사실상 처음이며, 이에 대한 법적·정치적 해석이 분분하다. 상법 개정안은 기업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강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을 포함한 ‘재벌 지배구조 개선 법안’으로,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통과된 바 있다. 그러나 한덕수 총리는 해당 법안이 “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외국인 투자 이탈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대통령 직무정지 상태에서 국정 수반 역할을 수행 중인 총리가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헌법상 허용되지만, 실제 사례로 현실화된 것은 이례적이다. 이 결정은 즉시 정치권과 학계, 법조계의 격렬한 논쟁을 촉발시켰다. 입법부의 권한을 정면으로 제한한 것 아니냐는 반발과 함께, 권한대행 체제에서의 행정부 권한 범위에 대한 헌법적 해석이 뜨겁게 이어지고 있다. 한 총리의 판단은 어디까지가 ‘국정 안정’이었고, 어디부터가 ‘정치 개입’이었는가에 대한 국민적 의문도 제기된다.
이번에 국회를 통과했던 상법 개정안은 재계의 오랜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야 일부 의원들의 공조 하에 의결되었다.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사에게 주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도록 법적 의무를 부여하고, 둘째,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치는 해외 주요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규정이며, 국내에서도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필수적 개혁으로 평가받아왔다. 그러나 경영계는 이 조치가 “소송 리스크를 키워 경영 안정성을 해친다”며 지속적으로 반발해왔고, 정부 역시 기업 환경을 고려해 법률의 시행 시기를 유보하거나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한덕수 총리는 이러한 입장을 대변하며 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법안의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시행 방식과 시점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할 때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를 ‘정책적 판단’으로 받아들이며 충분히 타당하다고 보지만, 반대편에서는 “행정부 수반이 공백인 상태에서, 국회 입법을 제지한 것은 헌법 정신을 훼손한 것”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여론 역시 복잡하게 갈린다. 일부 시민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묻는 법안을 총리가 막는 것은 시대 역행”이라고 평가하며, 국회의 입법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다. 반면, 경기침체 국면에서 지나친 규제 강화가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정치권 역시 극명하게 갈려, 야권은 한 총리의 탄핵 추진을 검토 중이며, 여권은 “국가 운영의 최종 책임자로서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옹호하는 입장이다.
한덕수 총리 권한대행의 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는 단지 행정부와 입법부의 갈등이 아니라, 헌정 시스템의 원칙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드러낸 상징적 사건이다. 대통령의 부재 상황에서 총리가 국정 수반의 역할을 어느 선까지 수행할 수 있는지, 또 그 결정이 민주주의의 본질을 해치지 않는 방식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헌법은 대통령 직무 정지 시 국무총리가 대행한다는 조항만을 두고 있으나, 구체적인 권한 행사 범위는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이번 사례는 향후 유사 상황에서의 기준점이 될 수 있으며, 제도적 보완이 절실히 요구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또한 정치적 결정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신뢰다. 아무리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판단이라 해도, 그것이 국민 다수의 의견과 멀어져 있다면 설득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치는 법을 집행하는 기술이기도 하지만, 국민의 감정을 읽는 감성의 영역이기도 하다. 이번 거부권 행사로 인해 행정부는 법안을 다시 국회로 돌려보냈지만, 그 과정에서 얻은 국민적 피로감은 결코 작지 않다. 결국 이 사건은 하나의 법안이 아니라, 하나의 시대를 반영한다. 민주주의는 충돌과 갈등 속에서 진화하는 제도이며, 우리는 지금 그 중심에 서 있다. 한덕수 총리의 선택이 대한민국 헌정사의 전환점으로 남을 것인지, 일시적 혼선으로 기억될 것인지는 앞으로의 국회 논의와 국민 여론이 결정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