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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 바이오기업 HLB가 자회사인 HLB생명과학을 흡수합병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양사가 보유한 항암신약 ‘리보세라닙’의 판권과 수익권을 통합 관리하기 위한 조치로 알려졌으며, 글로벌 임상 전략과 수익성 개선을 위한 구조 재편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주식시장에서는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2025년 4월, 국내 바이오 업계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킨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HLB가 자회사 HLB생명과학을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양사는 그동안 항암제 ‘리보세라닙’을 기반으로 별도 법인 구조 속에서 기술 개발과 임상을 병행해 왔으나, 이번 합병을 통해 신약 파이프라인의 일원화와 글로벌 전략의 집중화라는 목표를 본격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HLB는 항암 분야에서 오랜 기간 글로벌 임상과 라이선스 협약을 추진하며,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내에서 ‘글로벌 신약 개발 가능성’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가져온 기업이다. 리보세라닙은 중국 항서제약으로부터 도입한 표적항암제로, 위암, 간암, 대장암 등 다양한 암종에 대해 임상이 진행돼 왔다. 특히 미국 FDA(식품의약국)와의 커뮤니케이션에서도 긍정적인 신호를 여러 차례 받아 시장의 기대감을 키워온 상태였다. 이번 합병은 단지 법인 통합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동안 분산되어 있던 권리와 수익, 지적재산권(IP)을 하나로 모음으로써, HLB는 단일 브랜드 하에 글로벌 투자자와 협력사, 그리고 연구 파트너에게 더 명확한 사업 구조와 비전을 제시할 수 있게 되었다. 기업 입장에서는 관리 효율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이중지출과 내부 경쟁을 줄일 수 있으며, 투자자 입장에서도 기업가치 평가가 단순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합병의 핵심은 단연 ‘리보세라닙’이다. 이 약물은 혈관생성 억제 기전을 바탕으로 하는 표적항암제로, 기존 항암제보다 부작용은 줄이고 치료 효과는 높인 차세대 항암제 후보로 꼽힌다. HLB는 이미 여러 차례 글로벌 임상을 진행하며 상당한 데이터를 축적해왔고, 일부 적응증에 대해 미국 FDA와의 조건부 허가 가능성도 거론되어 왔다. 하지만 문제는 ‘속도’였다. HLB 본사와 HLB생명과학이 서로 다른 조직 구조와 전략을 유지하면서, 오히려 리소스가 분산되고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측면이 있었다. 특히 기술수출과 글로벌 공동개발 파트너십 협상에서 각각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중복된 관리구조가 신약 상용화를 늦추는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이번 합병은 이런 구조적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이제 HLB는 단일 조직 내에서 연구개발, 임상, 허가, 마케팅까지 일원화된 로드맵을 실행할 수 있으며, 임상시험 디자인이나 규제기관 대응에서도 더 빠르고 유연한 접근이 가능해진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임상과 기술수출, 라이선스 협상 등에서 신뢰성과 일관성 있는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진다는 점은 외부 파트너들에게도 긍정적인 신호다. 또한 이번 합병으로 인해 자본 구조 역시 재편될 예정이다. 두 회사의 합병 과정에서 재무제표가 통합되고, 중복되는 비용 항목이 조정되며, 리보세라닙 관련 수익은 단일 수익모델로 정리된다. 이는 투자자에게는 불확실성을 줄이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긍정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합병 이슈로 인한 주가 변동성이 발생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기업가치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 기업의 합병은 흔히 ‘모험’이라고 불린다. 특히 연구 중심 기업들의 경우, 조직문화나 개발 철학의 차이가 합병 이후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경우도 존재한다. 하지만 HLB와 HLB생명과학은 애초에 같은 대주주 지배구조 하에 있었고, 리보세라닙이라는 단일 자산을 중심으로 운영되어 왔다는 점에서 이번 합병은 보다 유기적이고 효율적인 통합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다. 투자자들은 단순한 ‘합병’이라는 재료보다, 실제로 이 합병이 어떻게 신약 개발 속도를 높이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리보세라닙 외에도 HLB는 면역항암제, 병용 요법 등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번 통합을 계기로 보다 공격적인 R&D 투자와 글로벌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결정을 두고 “HLB가 바이오텍에서 글로벌 빅파마로 도약하기 위한 시동을 걸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 FDA 승인, 기술수출 계약 체결, 실질적 수익 창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지만, 이번 합병은 그 여정을 위한 전략적 출발점으로 해석될 수 있다. 결국 이번 HLB의 선택은 ‘성장’보다 ‘통합’을 택한 것이다.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선, 먼저 내부의 복잡함을 정리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이제 HLB는 단일 브랜드로 더 명확한 스토리를 시장에 전달할 수 있게 되었고, 투자자는 그 스토리가 현실화되는지를 조용히, 그러나 예리하게 지켜보게 될 것이다.